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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그리스의 천문학

by 셋별맘 2023. 2. 11.

고대 그리스인은 항해와 농경을 위해 천문 관측을 대단히 중요시했다. 탈레스(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자연철학의 시조로 불림)는 기원전 585년 5월 28일의 일식을 예측했는데 일식이 233삭망월을 주기로 반복해서 발생한다는 바빌로니아인의 지식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동지에서 하지까지 태양의 운행이 불규칙하다고 밝혔고 더 많은 도움을 주는 작은곰자리도 발견했다. 하지만 천문 관측에만 몰두했던 탈레스는 하늘만 바라보고 걷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우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의 하녀는 그가 하늘에서 벌어지는 일만 알지 발 앞의 일은 모른다고 웃었다. 반면 초기 이오니아 (오늘날 터키의 아나톨리아 서부 해안 중부 지역)의 현인들은 천문 현상과 지리를 직접 관찰했지만 대부분 추측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가령 지구는 물 위나 공기 중에 떠 있는 납작하고 평평한 판 모양이며 달은 모두 가장자리에서 불을 내뿜는 큰 수레바퀴라고 생각했다. 기원전 5세기에서 기원전 4세기까지,이오니아의 현인들은 이미 천문 현상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엠페도클레스는 일식이란 '빛을 내지 않은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를 지날 때 햇빛을 가려서 지구에 그림자를 비추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아낙사고라스는 태양과 별은 불타는 돌이며 이것이 깨져서 지구로 떨어지는 것이 운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말 때문에 신성 모독죄로 투옥되었고 하마터면 처형될 뻔했다. 그들은 공기와 구름층의 이동과 충돌을 이용하여 바람 등 자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했다. 그들은 무한한 우주를 탐구하여 서로 다른 두 가지 우주 기원 가설을 만들었다. 첫 번째 가설은 '소용돌이 운동 기원설'이다. 아낙사고라스는 최초의 우주가 무수히 많은 스페르마타(씨앗)가 섞여 있는 '카오스(혼돈)이며 공기와 대부분이고 '누스(정신)'가 거대한 힘을 발휘하여 이들을 분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연법칙에 따라 무수한 사물이 만들어지고 우주의 질서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의 가설에는 이미 기본적인 천체역학이 반영되어 있었다. 데모크리토스는 무수한 원자가 무한한 공간에서 운동하고 거대한 소용돌이 운동을 만들며,'같은 종류끼리는 서로 모인다','운동 방향과 크기는 서로 구별된다'라는 법칙에 따라 무수한 세계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모든 세계는 탄생 과정을 거치고 자유전자는 또다시 결합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데 마치 신화에 등장하는 '피닉스'가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한다는 진화론의 '결정판'이다. 근대 서유럽의 과학 사상가인 데카르트,라플라스,칸트는 태양계가 불이나 가스,미립자 성운의 소용돌이 운동에 의해 생성되었다고 주장했는데 데모크리토스는 이미 2,000여 년 전에 이와 비슷한 가설을 제시한 것이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가설은 '유한 우주 모형설'로 수리 천문학의 특징을 보여준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지구가 공 모양이며 우주의 중심에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우주 전체가 공 모양이고 중심에는 불덩어리인 '중심불'이 있으며 순서대로 지구,달,태양,금성,수성,목성,토성,항성,별무리 등 천체 10종류가 배열되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이들 천체는 중심이 같은 10개의 원 궤도를 운행하면서 질서 있는 우주를 이룬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코스모스 (우주)'라고 불렀다. 가장 바깥층은 무한한 '프네우마(숨,호흡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로 '공기'와 비슷한 의미이다)가 감싸고 있으며 우주로 빨려 들어간다. 플라톤학파의 일부 학자는 지구를 중심으로 한 '동심천구설'을 제창했다. 수학자이자 유명한 천문학자인 에우독소스는 저서<현상>에서 중심이 모두 같은 천구 27개를 구상했는데 특정한 회전축과 회전 속도에 따라 불규칙한 등속운동을 한다. 이를 이용하여 불규칙한 천체 현상은 물론 우리가 괸측한 천체 운동을 매우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그의 제자 칼리푸스는 더 나아가 천구 34개로 이루어진 우주 모형을 구상하여 관측 결과의 정확성을 높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천구 56개로 구성된 우주 모형을 만들었는데 가장 바깥층의 종동천 (중세기의 우주관에서 가장 위층에 있는 하늘,그곳에 하느님이 계신다고 생각했음)이 최초로 천체를 회전시키고 ,모든천체는 순수한 '불'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물리적으로 연결된 한 시스템으로 지구 주위를 따라 완벽한 등속 원운동을 영원히 지속한다. 에우독소스 등의 이 주장은 훗날 헬레니즘 시대에 프톨레마이오스가 정립한 천체 이론 (지구중심설)이 토대가 되었다. 이런 지구중심설은 물론 1,000여 년 뒤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의해 부정된다. 하지만 정밀한 관측과 수학적 증명에 기초하여 탄생한 최초의 우주론과 천체 운동 가설은 과학과 이성의 위대한 발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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